일본 음식은 중국과 우리 나라 음식의 영향을 받아 유사한 점이 많으나, 그 속에서도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발전시켰다. 일본 사람들은 음식을 만들 때 조화를 중요시하고, 음식을 통해 사람이 가지고 있는 모든 감각을 자극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따라서 간단한 재료로 만들어진 요리라 해도 음식과 그 음식을 담는 그릇과의 조화, 메인 메뉴와 사이드 메뉴간의 정갈한 배열을 통해 시각적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하나의 요리에서 미(味)와 미(美)를 동시에 추구하는 일본인의 주식은 우리네와 같은 쌀이다. 그들의 전통적인 식사(데이쇼쿠)는 밥 한공기와 된장국, 간단한 절임 반찬 그리고 생선구이가 곁들여진다. 또한 이와 함께 일본인의 식생활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면(麵)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대중식, 소바 일본의 면의 종류는 메밀로 만든 소바, 밀가루로 반죽해 면발을 굵게 뽑은 우동, 기름에 튀기지 않은 생면으로 만든 라면이 있다. 또한 여기에 소면이 추가되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국수라고 생각하면 된다. 특히 더위에 지쳐 입맛이 떨어지고 몸이 나른하게 처지는 요즘에는 쫄깃한 메밀 국수와 상큼한 다랭이 수프의 조화가 일품인 소바가 가벼운 한끼 식사로 제격이다. 소바는 에도시대(1603∼1867) 중기 이후부터 즐겨 먹었던 일본의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로 일본 어느 곳에서 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요리이다. 소바면에 쓰이는 메밀은 도정(搗精)하면 까칠하고 짙은 갈색을 띠는 겉부분과 엷은 갈색을 띠는 알곡 부분으로 나뉜다. 이때 메밀의 겉부분을 익반죽하거나 미지근한 물에 갠 전분을 섞어 만든 것이 소바면이고, 메밀 알곡에 감자 녹말을 섞어 만든 것이 냉면이다. 또한 소바면에 사용되는 메밀 겉부분은 우리나라에서는 떡으로 쪄 먹거나 국수로 뽑아 막국수로 먹는다. 소바 수프는 가다랭이, 고등어, 정어리 등으로 맛을 낸다. 그 중 고급스러운 수프 맛을 내기에는 가다랭이가 제격이지만 가장 확실한 맛을 내야할 때에는 고등어 포를 병용하는 편이 맛이 강하다. 단, 가다랭이포 이외의 어포류를 사용할 때는 냄새가 나므로 냄비에 넣은 후 얼마동안 뚜껑을 덮고 잘 끓이는 것이 좋다. 그 이유는 끓이는 동안 어포류가 지닌 냄새가 증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포류의 경우는 계속 끓이면 좋은 풍미가 증발되거나 떫은 맛이 나오기 때문에 국물이 우러나면 즉시 낸다. 소바 먹을 때의 바른 자세 무사의 예절서에는 소바를 먹을 때는 자세를 바로 하고 앉아 똑바로 국수를 삼키는 것이 좋다고 되어 있다. 이렇게 하면 보는 사람도 맛있게 먹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등을 구부리고 먹거나 소바 국물 그릇을 상 위에 놓은 채 먹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다. 이는 소바 뿐만 아니라 우동이나 소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소바를 먹을 때 냉모밀 수프는 조금씩 부어 가며 먹는다. 냉모밀 수프를 따로 그릇에 담아 내는 가게에서 적셔 먹는 수프를 한꺼번에 따라 먹는다면 소바를 제대로 즐길 줄 모르는 문외한 취급을 받는다. 또한 메밀 수프의 3분의1 정도를 그릇에 넣고 소바를 먹다가 수프가 없어지면 때마다 보충해 가면서 먹는다. 이렇게 하면 메밀 수프의 농도를 일정하게 지킬 수 있으므로 맛 좋은 소바를 맛볼 수 있다. 소바를 능숙하게 덜어내는 요령은 젓가락으로 한번에 너무 많이 집지 않는 것과 판의 중앙에서부터 집는 것이다. ‘우동 3가닥, 소바 6가닥’이라는 말이 있듯, 소바는 한번에 5∼6가닥 정도가 한입 분량으로 적당하다. 소바 국수가닥이 서로 붙어서 젓가락으로 높이 올려도 집어지지 않을 때는 서두르지 말고 국수를 흔들면서 일단 판 위에 도로 놓고 다시 한번 국수를 조금만 집으면 된다. 너무 긴 소바는 수프 그릇의 가장자리를 이용해 손으로 끊으면 된다고 하지만 음식을 손으로 만지는 것은 보기에 좋지 않으므로 삼가도록 한다. 지역에 따른 기호차이 지역별로 소바와 우동의 기호를 살펴보면 아이찌현과 도요하시로부터 혼슈를 횡단하는 중앙구조선(단층)에 따라 동(북)은 소바 문화권이라고 하며 서(남)은 우동문화권이라 할 수 있다. 당연히 소바 문화권에도 향토우동이라는 우동이 있으며, 우동 문화권 중에도 소바를 좋아하는 지역이 있기 때문에 이 구분을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런 경향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이처럼 지역에 따라 기호에 차이가 나는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되나 가장 큰 이유로는 기후, 즉 재배지의 차이를 들 수 있다. 소맥 재배에는 1년내내 온난한 기후가 필요하지만 메밀의 재배는 한냉지가 적당하다. 따라서 동일본에 메밀을 선호하는 지역이 많으며 서일본에는 우동이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 또한 소바를 먹는 형태는 동일본에서는 ‘양념수프에 적셔먹는 문화’이며 서일본은 ‘수프에 말아 먹는 문화’라는 구분도 가능하다. 이는 동일본에서는 찬 것을 한꺼번에 먹는 경향이 있는데 반해 서일본에서는 따뜻한 것을 입으로 불어가며 식히면서 천천히 먹는 경향이 있어 소바 먹는 형태의 차이를 나타낸다. 에도시대 이후에 생겨난 ‘소바’ 일본은 나라시대에 이미 메밀이나 밀을 재배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소바와 우동이 음식문화로서 꽃을 피운 것은 에도시대 중기 이후이다. 우동은 무로마치시대서부터 현재와 같은 형태였지만 메밀이 소바 형태의 식품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지나서다. 소바에 대한 전래는 나가노현 기소군 오쿠와촌 스하라에 있는 정승사의 고문서에서 덴쇼 2년(1574) 3월에 소바를 먹었다는 고문을 1992년 세키모치씨가 발견하면서부터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것이 소바의 시초가 되었다. 이 후 에도시대 초기에는 지방 마을에서 국수 매매가 이루어졌으며 길거리 찻집에서 국수가 제공되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또한 고문에서 알 수 있는 흥미로운 사실은 에도 초기에는 소바 집의 간판이 일본 동서 지역 모두 ‘우동, 소바’로 되어 있어 우동이 면문화의 중심이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러나 에도 중기가 되면서 간판이 ‘소바, 우동’으로 바뀐 것을 보면 소바가 인기를 끌게 됐음을 알게된다. 간사이(교토, 오사카 지역)에서는 우동의 세력이 뿌리 깊어 ‘관서우동’, ‘관동소바’라는 2대 분식 문화권이 형성되었다. 에도 중기 초엽인 17세기 말에는 소바, 우동의 다른 말인 ‘겐돈 소바’, ‘겐돈 우동’이라는 명칭이 생겨서 소바가게는 ‘겐돈야’라고 불렸다. 그 유래는 간분 2년(1662) 가을, 요시하라에 처음으로 생긴 유곽의 이름인 ‘겐돈’에서 연유한다. 같은 시기에 에도쪼 이쪼메의 소바집 주인인 닌자에몽이라는 사람이 소바를 만들어 요시하라의 유곽에서 판매한 것을 계기로 싸구려 유곽의 이름인 겐돈이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그 이름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 소바를 맛볼 수 있는 음식점 업소명 연락처 관서옥 02-553-7741 가은 02-541-0668 기조암 02-766-6100 장원손 051-517-2506 하까다 02-737-2700 마이도 02-518-4667 간사이 02-332-1333 행촌소바 02-948-1255 동경 02-548-8384 기소야 02-3673-3600 고오베 겐빼이 02-765-6808

<월간 식당 8월호 208면>